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囊中之錐:낭중지추
일터 근처 길고양이 중 한 마리가 올 한해내내 비실비실 앓다가 결국 생을 마감했다. 비쩍 말라서 그루밍도 못해 털 정돈이 안 되어 있고, 여름에도 늘 콧물을 달고 있었고, 가끔 재채기를 했다. 길고양이 급식소에서 밥을 얻어먹고 밤에는 일터 근처 데크에서 잠을 자는 듯 했다. 근처를 지나갈 때면 걸을 힘도 없어서 비틀비틀 천천히 자리를 옮기고는 했다. 그저께 오후에 공터 풀밭에서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병든 고양이였고 몇 발자국 걷다가 자리를 잡아 앉아서 마저 울었다. 이제 곧 죽음이 오나보다,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울 힘이 없는 친구였기 때문에. 그리고 어제 아침에 출근하며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려보니 단풍나무 아래에서 조용히 눈감고 있었다. 길에서 사는 고양이들은 보통 죽음을 맞을 때에..
올해를 돌아보면서 내년을 생각하는 시간 필요 반성과 계획 필요 필요, 필요, 필요.. 절약, 절약, 절약... 생각, 생각, 생각... 동파... 대책... 판단... 결심 필요 등등등
打作하는 소가 打作마당의 穀食으로써 배불릴수 있는것처럼, 傳道者는 傳道함으로써 衣食할 權利가 있다. 그러나 그權利를 스스로 辭退하고 晝夜로 天幕을 만드는 職業을 힘써서 自己와 믿 同勞者들의 糊口之策을 講究했다는것이 使徒바울의 生活方針이었다. ‘日本基督敎會’의創設者 植村正久氏도 創業始初에는 家庭敎師와 投稿執筆等으로써 ‘日夜로 勤勞’하여 敎會를 세웠다 한다. 傳道함으로써 衣食하는者만이 正統의 傳道者인줄로 뽐내려는信仰은 아마도 一種의畸形이 아닌가한다. 近日에 金重冕君의 ‘提議’가 있었으나 거기應하는者는 余輩의 豫言하였든대로 아브라함이 소돔 고모라를爲하야 하나님께 懇求하였든 最後割引으로 決定된 義人의數에 未及하였다. 故로 우리는 무슨 모양으로든지 밤 낮 ‘天幕’을 製造販賣하여야 할者이다. 이일만은願컨대 다른 아..
오랜만에 홍선생님의 편지를 받았다. 여러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선생님의 몸이 조금 나아져서 중단했던 모임을 재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몸이 나아지셨다는 소식은 반가웁지만, 어쩐지 반갑지 못한 모임 소식이다. 모든 소식이 반가울 수는 없겠지만 모든 것은 표면으로만 보면 반가운 소식이다. 모든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어떠한 일에 의문이 들거나 답답함이 생기면 (들다와 생기다?) 그 속을 깊이 파헤쳐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사건에 대하여 그러하다. 그런 힘은 나에게 남아있지 않다. 그런 힘은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은 계속해서 길러내야 하는 힘이다. 길러내기 위해서는 재시작하는 모임에 참석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런 힘이 남아있지 않다. 길러내놓은 힘이 다 떨어진 것이다. 무언가를 ..
지난 한 달 동안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새로운 자리에 참석하는 일을 시작해서 정신이 많이 힘들었다고 할 수 있다. 해야 하는 일은 지시나 피드백이 부재하여 진척 없이 갈팡질팡하고 있는 형편이다. 거의 불안에 가깝다. '알아서 잘' 하는 일이 없다. 지난 월요일에는 잔여백신으로 2차 접종을 했는데 오랜만에 느껴보는 두통에 아주 어질어질했다. 두통은 자주 오지만 주로 편두통(거의 체해서)이고 한쪽 구석이 쨍하게 아픈 편인데 이번에는 온몸이 저릿저릿하면서 머리통 전체가 딩~ 울리는 식이었다. 계속 누워있다가 수요일 오후부터 움직여보았는데 움직이면 다시 열이 오르면서 어질어질했다. 어제는 운전도 안 했는데 저녁이 되니 목이 쉬었다. 백신과 열심히 싸우는 내 기특한 세포들에게 감동했다. 한 주 정도는 소화가 ..
오늘 신앙론 읽은 부분만이 아니라 요 몇 주 동안 시대적 상황이라든지 성서조선 폐간 즈음하여 글의 맛이 다름을 느낀다. 김선생님은 모르는 그 뒷 이야기를 나는 알기 때문인 것 같다. 지난주에는 생명수 6월호를 다운받으려 하는데 아직도 9월호가 올라오지 않아서 (지금은 올라왔다)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요 몇 달 동안 오탈자도 많고 편집에 실수가 왕왕 발견되었다. 연초에 吉村선생님이 몸이 안 좋았던 소식을 늦게나마 접하고 자꾸만 그런 것들이 신경쓰인다. 정확한 병명은 알 수가 없지만. 또 전번에는 도서관 입구에서 홍선생님을 마주치고 인사 나누었다. 도서관에 들어가기 위해서 출입문을 잡고 신발을 갈아신는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웃으면서 '그렇다면 천천히 신어야겠다'고 하셨고 우리는 헤어졌다. ..
빠르게도 여름이 지나갔다. 입추를 넘기고도 한낮 더위는 여전하지만 아침 밤이면 선선하다. 매미 소리가 조금씩 옅어진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고 두 달이 가까워진다. 정신없던 초기에 비해서 요즘은 내 방에 가만히 앉아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 아무것도 없는 방은 좀 우울하다. 아직 기타를 꺼내지는 못했지만 칼도 꺼내들고 글이나 사진을 열어보기도 한다. 가을이 오면 기타를 만져볼 수 있지 않을까? 봄에 산 긴팔티를 입은 시간이 너무도 짧아서 여름내내 가을을 기다렸다. 가을 또한 짧겠지만 겨울이 있으니 괜찮다. 공기가 차가워지면 마음이 한결 차분해진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좋은 글을 많이 읽어보아야 한다,고 한다. 좋은 글은 좋은 글을 통해서 온다. 여기에서 '좋은'이란 내용이라기보다는 올바른 문장, 맞..
가슴이 답답한 날들이 계속된다. 중심을 잃고, 다시 찾기가 너무 힘들다. 꿈에서는 내가 과거에 저지른 실수와 잘못, 떠나가는 이들이 계속해서 나온다. 위가 아프고, 나는 먹기를 중단했다가 재개하고, 위가 뻐근하면 잠시 먹먹한 가슴통증을 잊는다. 그럼 다시 먹기를 중단한다. 일에 집중하기 어렵고, 잠은 잘 수가 없고, 조금 울다가 이소라의 7집 앨범을 듣는다. 괜찮았다가 다시 어렵다가 그런 반복이다. 논어를 한 줄 읽고, 불경을 한 줄 읽고 그런 반복이다. 풀이나 빛이나 구름을 찍기도 한다. 찍는 것은 나에게 위로가 되지 않아서 그것을 다시 들여다 보면서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