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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추모

ㅈㅠㄹ 2021. 12. 31. 14:24

일터 근처 길고양이 중 한 마리가 올 한해내내 비실비실 앓다가 결국 생을 마감했다.

비쩍 말라서 그루밍도 못해 털 정돈이 안 되어 있고, 여름에도 늘 콧물을 달고 있었고, 가끔 재채기를 했다. 

길고양이 급식소에서 밥을 얻어먹고 밤에는 일터 근처 데크에서 잠을 자는 듯 했다. 근처를 지나갈 때면 걸을 힘도 없어서 비틀비틀 천천히 자리를 옮기고는 했다.

그저께 오후에 공터 풀밭에서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병든 고양이였고 몇 발자국 걷다가 자리를 잡아 앉아서 마저 울었다.

이제 곧 죽음이 오나보다,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울 힘이 없는 친구였기 때문에.

그리고 어제 아침에 출근하며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려보니 단풍나무 아래에서 조용히 눈감고 있었다. 

길에서 사는 고양이들은 보통 죽음을 맞을 때에 인적 드문 곳을 찾는 것 같았다. 로드킬이 아닌 이상 길가에서 생을 마감한 고양이를 본 적이 없다.

마음을 조금 다스리고 뒷산에 묻어주었다.

안쓰럽다는 마음도 있고, 병이 있었을 테니 다른 생물들의 건강도 고려를 했다. 오랜만에 남을 위한 기도를 드렸다.

 

어떤 생물이든지 죽음은 피할 수 없고,

길에서 만나는 동물들의 죽음에는 안타까운 마음도 있지만 또 다시 자연으로 순환된다고 생각하면,

그들의 영혼이 천국으로 가기를 기도할 뿐이다.

병든 존재에 대해서는 다만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그들의 고통을 나같은 인간이 알 수는 없지만, 삶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무척이나 크지 않을까. 그냥 그런 생각을 한다.

고생뿐이었던 고양이를 추모하며.

존재하는 존재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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