囊中之錐:낭중지추
루쉰을 읽는 나날 본문
<제목에 부쳐>
'침묵하고 있을 때 나는 충실함을 느낀다. 입을 열려고 하면 공허함을 느낀다.
지난날의 생명은 벌써 죽었다. 나는 이 죽음을 크게 기뻐한다. 이로써 일찍이 살아 있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죽은 생명은 벌써 썩었다. 나는 이 썩음을 크게 기뻐한다. 이로써 공허하지 않았음을 알기 때문이다.'
+++
<희망>
'나는 몸소 이 공허 속의 어둔 밤과 육박하는 수밖에 없다. 몸 밖에서 청춘을 찾지 못한다면 내 몸 안의 어둠이라도 몰아내야 한다. 그러나, 어둔 밤은 어디 있는가? 지금 별이 없고, 달빛이 없고, 막막한 웃음, 춤사위 치는 사랑도 없다. 청년들은 평안하고 내 앞에도, 참된 어둔 밤이 없다.
절망이 허망한 것은 희망과 마찬가지이다.'
- 루쉰문고 05 《들풀》 (루쉰, 한병곤 옮김, 그린비, 2018)
절망이 허망한 것은 희망과 마찬가지이다.
중국어 필사를 위해서 고른 짧은 산문시집이다.
코로나 사태 덕분인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한 달을 기다리고는 해외원서 품절이라고 달랑 이 책만 받게 됐다.
만난 적도 없는 어린 조카의 좋지 못한 소식을 듣고
몇 년 만에 헌혈을 하러 갔다가
대기실에서 <희망>을 읽었다.
절망과 허망 속에서.
지난주도 멍청하게 시간을 보냈다.
허망한 삶.
지난 한 해를 멍청하게 보냈더랬다.
허무한 삶.
나의 허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제는 헌혈의 영향인지 환절기 감기인지
어지럽고 힘이 없어 가만히 누워있었다.
그것은 나의 절망.
하루 푹 쉬고 낫는 것이 절망이었다.
열이 조금 올랐지만 다른 증상은 없는 것이 코로나도 아닌 것 같았다.
절망,
나의 절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헌혈증 하나의 가치도 없는 것이 나의 절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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