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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을 읽는 나날

ㅈㅠㄹ 2020. 5. 19. 10:15

 

<제목에 부쳐>

'침묵하고 있을 때 나는 충실함을 느낀다. 입을 열려고 하면 공허함을 느낀다.

 지난날의 생명은 벌써 죽었다. 나는 이 죽음을 크게 기뻐한다. 이로써 일찍이 살아 있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죽은 생명은 벌써 썩었다. 나는 이 썩음을 크게 기뻐한다. 이로써 공허하지 않았음을 알기 때문이다.'

 

+++

 

<희망>

 

'나는 몸소 이 공허 속의 어둔 밤과 육박하는 수밖에 없다. 몸 밖에서 청춘을 찾지 못한다면 내 몸 안의 어둠이라도 몰아내야 한다. 그러나, 어둔 밤은 어디 있는가? 지금 별이 없고, 달빛이 없고, 막막한 웃음, 춤사위 치는 사랑도 없다. 청년들은 평안하고 내 앞에도, 참된 어둔 밤이 없다.

 

 절망이 허망한 것은 희망과 마찬가지이다.'

 

- 루쉰문고 05 《들풀》 (루쉰, 한병곤 옮김, 그린비, 2018)

 


절망이 허망한 것은 희망과 마찬가지이다.

 

중국어 필사를 위해서 고른 짧은 산문시집이다.

코로나 사태 덕분인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한 달을 기다리고는 해외원서 품절이라고 달랑 이 책만 받게 됐다.

 

만난 적도 없는 어린 조카의 좋지 못한 소식을 듣고

몇 년 만에 헌혈을 하러 갔다가

대기실에서 <희망>을 읽었다.

절망과 허망 속에서.

 

지난주도 멍청하게 시간을 보냈다.

허망한 삶.

지난 한 해를 멍청하게 보냈더랬다.

허무한 삶.

나의 허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제는 헌혈의 영향인지 환절기 감기인지

어지럽고 힘이 없어 가만히 누워있었다.

그것은 나의 절망.

하루 푹 쉬고 낫는 것이 절망이었다.

열이 조금 올랐지만 다른 증상은 없는 것이 코로나도 아닌 것 같았다.

절망,

나의 절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헌혈증 하나의 가치도 없는 것이 나의 절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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