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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조사 시작

ㅈㅠㄹ 2022. 6. 22. 22:32

염원하던 생물조사(생물을 가까이서 관찰하기)를 시작했다. 어제 저녁에는 우렁이인지 물달팽이인지를 헤아리면서 그동안 만났던 인연을 짚어보았다. 모든 만남과 배움에 감사하다. 이렇게 숨쉬는 시간은 얼마만인가?
오늘은 친구와 논과 밭을 거닐었다. 코피가 났다. 묻어나는 수준이 아니라 살짝 흘러내렸다. 중학생 시절 코를 지지고 오랜만에 이런 코피가 났다. 코를 틀어막고 마저 거닐었다. 집에 와서 씻으면서 생각해보니 문득 두렵다. 어릴 적의 기억으로 코피 멎지 않을까봐. 그래도 돌아보니 순간 아무렇지도 않게 거닐었던 것 같다. 즐겁고 행복한 감정은 이리도 위험하다.
하지만 이런 감정에 흔들릴 필요는 없다. 세상에 필요한 일이나 필요한 사람이란 건 없다. 모두가 각자의 필요나 의미를 만들어낼 따름이다. 영원한 것도 없고 절대적인 것도 없다. 그 순간은 행복한 한편 퍽 걱정스럽지만 또 그만큼 끝이 오는 것이 두렵지 않기도 하다. 끝이 걱정되고 두렵지 않다. 이 얼마나 짜릿하고 배부른 소리인가?
오랜만에 남이 아닌 나의 순간에 귀기울인다. 어지럽고 지치지만 세상도 좋아서 영양제 두 알 먹으면 될 일이다. 모두가 함께 끝나는 결말이면 또 속시원하겠지만 그런 일은 없는 시대이다. 그건 그것대로 납득이 간다. 배부른 소리에 취하지 말아야 한다.
아쉽거나 속상한 때도 올 것이다. 그것에 흔들리지 말자. 대가는 미리 치루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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